GLPL-1 작용제의 직접적인 혈관 효과에 주목
【2025년 3월 29일, 시카고】GLP-1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agonist)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증상을 동반한 말초동맥질환(PAD)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최대 보행거리를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AD 치료에 GLP-1 작용제의 효과를 평가한 첫 임상시험으로, 보행 능력뿐만 아니라 증상 완화와 삶의 질 측면에서도 위약 대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PAD는 미국 내 약 1,2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2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주로 다리 혈관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혈류가 제한되는 상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보행 시 통증과 순환장애가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상처가 치유되지 않거나 사지 절단에 이를 수 있는 급성 사지 허혈(acute limb ischemia)로 진행될 수 있다. PAD 기능 개선을 위해 FDA가 승인한 마지막 약물은 2000년에 승인된 실로스타졸(cilostazol)이다.
콜로라도대 의과대학 Marc P. Bonaca 교수(혈관 연구소장)는 “PAD는 초기 단계에서도 보행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지만, 많은 환자들은 이를 노화나 관절염 때문이라 오해하고 일상활동을 스스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일하게 권고되는 치료제는 심부전 환자에게 금기이고, 증상 개선 외의 효과가 없으며, 부작용도 많아 실제 사용률이 10% 미만이다. 결국 많은 환자들이 혈관 재개통술(재혈관화)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심혈관 사건의 위험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번 STRIDE 연구는 제2형 당뇨병 및 초기 PAD 증상을 가진 환자 792명을 20개국 112개 기관에서 모집해 진행됐다. 평균 연령은 67세, 여성 비율은 약 25%, 백인 비율은 67%였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세마글루타이드(1mg) 또는 위약을 1년간(52주) 투여받았으며, 보행능력은 경사 12%의 트레드밀에서 시속 2마일로 측정된 최대 보행거리로 평가되었다. 평가 시점은 시작 시점(중앙값 186m), 26주, 52주(주요 평가 시점), 치료 종료 5주 후인 57주였다.
Bonaca 교수는 “이 환자군은 초기 PAD를 보고한 사람들임에도 실제로는 상당히 보행 장애가 심각해, 160~190미터밖에 걷지 못했다”며, “그러나 약물은 분명한 효과를 보였다. 6개월 시점부터 유의미한 개선이 시작됐고, 1년까지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그룹에서는 최대 보행거리가 중앙값 기준 26m, 평균 40m 증가했으며, 이는 13%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에 해당한다. Bonaca 교수는 “PAD에서 10~20m 증가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는데, 이번 결과는 이를 상회했다”고 강조했다.
삶의 질 역시 Vascular Quality of Life Questionnaire-6 척도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되었고, 치료 종료 5주 후에도 최대 보행거리 개선 효과는 지속되었다. 약물의 안전성은 기존 GLP-1 계열 연구와 유사하게, 가장 흔한 부작용은 비중대한 위장관 증상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에서는 발목상완지수(ABI, 다리 혈류를 나타내는 지표)도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개선되었다. 추가 분석에 따르면, 치료 중 재혈관화 또는 사망으로 이어진 비율은 세마글루타이드군에서 54% 감소했으며, 이는 위약군(30명) 대비 세마글루타이드군(14명)의 결과다.
Bonaca 교수는 “이번 결과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심혈관, 신장, 대사 측면뿐 아니라 기능, 증상, 삶의 질까지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참가자의 평균 BMI가 28.6이었고 체중 감소와 임상결과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했던 점, 그리고 ABI 개선을 함께 고려할 때 직접적인 혈관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당뇨병이 없는 PAD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는지는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중요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만 포함됐다는 점, 등록 인원의 14%만이 북미에서 모집됐고 57%는 유럽, 29%는 아시아에서 모집돼 흑인 환자 비율이 낮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