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EAT-FRAIL 무작위 3상 임상, 사망·중대 사건 발생률 차이 없어…ESC 2025 및 NEJM 동시 발표
요양원에 거주하는 80세 이상 허약(frail)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전략(step-down therapy)은 사망률·심혈관 사건·삶의 질 등 주요 임상 지표에서 어떠한 이득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프랑스 Nancy-Lorraine 대학병원 노인의학과 Athanase Benetos 교수가 주도한 다기관 무작위 임상 RETREAT-FRAIL 연구에서 확인되었으며, 2025년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도 동시에 게재되었다.
주요 결과
- 연구 대상: 1048명, 80세 이상 요양원 거주자, 혈압 <130mmHg, 2종 이상 항고혈압제 복용 중
- 무작위 배정: 약물 감량 전략군 vs. 일반 진료군
- 1차 평가 변수(전체 사망): 감량군 61.7% vs. 대조군 60.2% (P=0.78)
- 주요 심혈관 사건: 감량군 19.3% vs. 대조군 17.3% (유의성 없음)
- 낙상: 양군 모두 50% 경험, 골절율은 감량군이 낮았으나(7.8% vs. 9.2%) 통계적 차이는 없음
- 혈압 변화: 감량군 수축기·이완기 혈압 각각 4.1mmHg, 1.8mmHg 상승
연구 기간 동안 인지기능, 균형, 일상생활 활동능력, 삶의 질 등 다양한 부차적 지표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전문가 견해
Benetos 교수는 “관찰 연구에서는 약물 감량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번 무작위 임상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RETREAT-FRAIL은 요양원 거주 고령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감량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최초의 레벨 1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대 Eugene Yang 교수는 “약물 감량이 사망이나 안전성 지표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악화도 없었다”며 “개별 환자의 선호와 치료 간소화 필요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은 여전히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상적 의의
기존 관찰 연구(예: PARTAGE 연구)는 다제 요법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으나, 이번 RETREAT-FRAIL 무작위 임상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2024년 개정된 ESC 고혈압 가이드라인도 허약 고령 환자에서 단일제 요법을 “합리적 선택”으로 제시하면서 개별화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결과는 가이드라인의 이러한 권고와 맥을 같이한다.
결론
RETREAT-FRAIL 연구는 80세 이상 허약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감량이 사망률이나 주요 임상 사건을 줄이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향후 임상에서는 약물 감량 자체보다는 환자별 상황과 선호에 기반한 치료 전략이 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