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B 복용군에서 유의한 발작 예방 효과 확인
【2025년 5월 21일, 밀라노】유럽고혈압학회(ESH) 2025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가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고혈압약의 새로운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South-Buda Central Hospital과 Szent Imre Teaching Hospital의 연구팀은, 급성 뇌졸중 환자에서 ARB 요법이 발작 발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에 입원한 급성 뇌졸중 환자 1,611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기관 후향적 관찰 연구다. 환자들은 입원 당시 ARB 치료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었고, 뇌졸중 발생 후 7일 이내에 발생한 ‘급성 증상성 발작(acute symptomatic seizure)’ 유무를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결과는 뚜렷했다. ARB를 복용 중이던 환자군에서는 발작 발생률이 1.70%에 불과했으나, 비복용군에서는 5.67%로 세 배 이상 높았다. 통계적으로도 이 차이는 유의미했으며(P=0.014), 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도 ARB 요법은 발작 위험을 약 70% 낮추는 독립적 인자로 확인됐다(OR 0.33, 95% CI: 0.12–0.91, P=0.032).
연구진은 “ARB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 아니라, 신경 보호 또는 항경련 효과까지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특히 고령, 고혈압, 뇌졸중 병력을 동시에 지닌 복합 위험군에서 치료 전략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출혈성 뇌졸중은 반대로 발작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석 결과, 출혈을 동반한 뇌졸중 환자에서는 발작 발생 가능성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OR 2.46, 95% CI: 1.41–4.40, P<0.001).
이번 연구는 후향적 단일기관 관찰 연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RB의 ‘숨은 효과’를 조명한 첫 단계로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고혈압과 발작 사이의 관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ARB가 뇌졸중 이후 발작까지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경과와 순환기과 간 통합 치료 전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본 연구는 2025년 5월호 Journal of Hypertension에도 동시 게재되어 학술적으로도 그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연구진은 향후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이 효과의 재현성과 기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